No, 13
이름:홈주인
2002/4/10(수)
조회:2142
미래 고층빌딩이 가지는 가능성  

아래의 이 글은 제가 학부 4학년 1학기 때, '미래산업과 재료'라는 재료공학과 수업을 들을 때 발표했던 짤막한 보고서입니다. 감히 '구조관련 읽을거리'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나름대로 이 글을 올리고자 하는 이유는 화학식쪽에는 영 '쥐약'인 제가 굳이 재료공학과 수업을 듣고자 했던 동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건설되고 있는 건물들이 무엇으로 지어지고 있는 지...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은 알고 계시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많고 많은 건물들이 오로지 단 2가지 재료로만 지어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건축관련학과 학생이면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대체로 90% 이상 건물들이 '철골' 아니면 '콘크리트'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고 많은 건물들을 재료적 기준에서 나누자면, 하나는 '철골', 다른 하나는 '콘크리트'인 것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건축이란 학문은 재료적 연구에 기반해 발전하는 것입니다. 재료에서의 발전이 없으면 구조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가 없을 뿐더러, 건축설계에 있어서의 표현 어휘들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전 학부 3학년 때 이러한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결국, '재료의 발전 = 건축의 발전'이란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혹자(대표인물: 연구실 옆자리 안상경 박사 (-,.-))는 '이미 철골이나 철근콘크리트에 대한 논문은 나올만큼 나왔고, 새로운 재료가 나오지 않으면 논문 쓸 거리도 없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건축재료에 대한 의존성을 인식하고, 재료공학이 건축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 그 때 '미래산업과 재료'라는 과목을 신청했고, 건축재료가 나아가야 할 실마리같은 가능성이라도 얻어볼까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별로 얻을 게 없더군요. 현재 재료공학에서 언급되는 화두는 대부분이 IT나 NT, BT쪽에 맞춰져 있고, 건축재료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 글은 미래학자 마누엘 카스텔의 의견을 근거로, 미래사회에 있어 고층건물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사회에는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기존 공간이 가졌던 제약들을 극복하고, 어디에서든 자유로이 재택근무나 학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마누엘 카스텔은 핵심적 정보 통제를 위한 정보도시들은 더욱 커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쉽게 말해, 피를 펌프질 해주는 심장같은 역할의 도시들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제가 복학하던 99년도에 원도시 건축사무소에서 (정확하게 제목이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2010 건축 뭐 어쩌고' 그런 세미나를 주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국건축사 분야 석학이신 성균관대 이상해 교수님이 발표하시는 내용을 뒷자리에 짱박혀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분도 미래사회에는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개인생활이 중요시되면서 .... 등등을 이야기 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그 '미래'란 것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게 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마누엘 카스텔의 의견도 상당히 일리있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그 때의 건축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재료적 측면에서의 플라스틱의 가능성이라든지.. 뭐 이런 것에 대해 조금씩 언급해 놓았죠.

이 땅에서 구조를 한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단지 공부만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도.. 하다못해, 연구원보다 연봉이 많은 은행 월급에 대해서도...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전 이런 한국사회가 안타깝습니다. 공산품국가에서 엔지니어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음... 이러다 나라 망할 것 같습니다. 뭐라도 수출해야 나라가 굴러갈텐데..)

미래사회의 양상 - 'Manuel Castells'의 의견을 중심으로
정보적 도시(Informational City)의 출현- 미래사회를 예견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정보흐름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는 특정 장소의 중요성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하지만, 마누엘 카스텔 교수는 그것이 현대적 도시개념을 축소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정보통신망의 형성은 경제적, 사회적 조직의 많은 측면을 분권화시키면서, 의사결정과정의 집중성을 높여주었고,(여기서 언급되는 분권화와 집중화가 의미적으로 상호배타적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정보통신망의 형성에 따른 정보 흐름의 관리에 있어 부각되는 강조점은 본부에 있는 집중화된 집단이 사실은 매우 분산된 조직체적 이해를 감시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기업이 그 활동을 전세계로 분권화시킬 수 있는 하부구조를 제공함과 동시에 집중화된 관리를 통하여 전체적인 통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며, 이는 통신망의 발달이 아이러니하게도 장소의 제약을 극복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중요한 지리적 의미를 가짐을 암시한다고 언급한다. 왜냐하면, 통신망은 신경중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데, 여기를 통해서 정보는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합쳐지고 분석되고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점은 이미 일부 대도시에서 발견되며, 실제로 뉴욕, 런던, 동경을 검토한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은 카스텔의 일반적인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녀는 '분산되면서도 세계적으로는 통합되는 경제활동의 조직화' 추세를 확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에 따라 주요도시는 '새로운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경제, 사회의 집중화된 지휘소'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 동경, 홍콩, 서울같은 지금의 대도시들은 '정보적 도시'로 더욱 대규모화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도시에서는 정보노동자들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이들은 정보통신망의 관리 및 운영에 관련된 핵심적 정보통제에 관한 (시스템 분석에서부터, 광고, 중개, 관리 및 금융에 이르는 다양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통신망의 발달로 일부 사람들은 막연히 재택근무가 외딴 시골이나 회사와는 거리가 먼 어느 다른 소도시에서도 충분히 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핵심적 정보통제업무의 형태가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것은 우선, 통신 및 컴퓨터 시설이 매우 정교해야만 하고, 은행과 금융조직은 주요 고객 가까이에 위치할 필요가 있으며, 각 기업이 본사를 주식시장 가까이에 두려고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도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광고자 및 미디어집단도 자신들의 고객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 등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물론, 굳이 이것은 철칙이 아니며, 이에 반하는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교통수단의 발달은 큰 변수로 여겨질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미래란 어느 시점에서의 것일지는 분명히 해야한다. 영화 '스타트렉'에서나 나오는 먼 미래의 운송수단으로서 "어떤 기계에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가, 행선지에 설치된 기계에서 나오는" 마술같은 이야기가 가능해진다면 문제는 또 달라질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는 '거기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다'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가 되는 것이다) 대체로 보아 '세계적 도시'로 집중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사센은 '경제가 세계화될 수록 소수의 적은 장소, 즉 세계적 도시로의 중심적인 기능의 집중은 점점 더 강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 내의 위계적 질서 형성
이러한 정보관련 직종들의 도시내 증가와 중심적인 기능의 집중은 육체적 직업 특히 제조관련분야 직업들을 대도시 주변으로 밀어내게 될 것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근 공업이 대도시 중심에서 '전원지역'으로 장소를 이동함에 따라 도심내에서의 조합화되고 숙련된 노동자들의 감소 경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그러한 현상들은 정보기술의 도심화와 도시의 광역화를 자아내게 된다. 숙련 노동자계급이 주변으로 밀려남과 동시에 도시에서는 서비스직이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직종은 경제적 성패에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생산자 서비스'직 - 실제적인 생산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세계적 경제활동을 조직하고 조정하는 일 - 이 아닌 기술수준이 낮고, 임금 또한 높지 않은 낮은 교육수준의 일들이다. 이러한 직업은 흔히 시간제 노동으로서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는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기회들인데, 이러한 직종의 종사자들은 세금과 고용보호법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급료를 받지만, 동시에 국가의 정식 혜택을 받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직업들이란 대개 사무실 청소부, 웨이터, 세탁업자, 음식체인점 종사자, 호텔 수위, 점포 보조원, 특송화물 배달원, 가정부, 베이비시터같은 임시직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정보적 도시'에서의 정보 전문직 종사자들이 높은 가처분 소득과 많은 고용인을 필요로 하는 생활방식을 영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을 기꺼이 수행하고자 하는 유일한 집단은 엘리트적인 정보직업에 접근할 능력이 없는 사람, 단기 노동자, 자신들이 태어난 도시생활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 시장성 있는 숙련기술을 가지지 못한 신참, 이민자 또는 해당지역에서 불경기나 재구조화로 인해 취업기회를 상실해 도시로 몰려온 사람 등이다. 이들은 대안적 생활방식을 찾아 도시를 탈출할 수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며, 전문적 관리계층에 대비돼 언급되는 하류계층들로 대변될 수 있다. 이러한 제반현상들은 도시의 양극화를 조장하며, 미래 사회에서 또 다른 의미의 계급분화가 일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의 도시양상에 따른 건축의 대응
어찌됐건, 이런 모든 정황들은 대도시에서의 인구의 밀집이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도심부내에서의 인구밀집은 기존 건물의 고층화로 이어질 것이며, 실제 서울에서는 이런 조짐이 일부 보이고 있다. 80년 중반 63빌딩을 시작으로 많은 고층건물이 계획되고 현재 지어지고 있으며, 부산의 100층빌딩 계획안, 분당의 40층짜리 주거용 아파트, 많은 기업들이 들어서 있는 테헤란로의 고층빌딩들, 양재동, 도곡동의 고층 오피스텔등의 건물들이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도시 내에서의 고층건물화는 오피스, 집합주택을 떠나 이제는 필연이다.

그러한 건축에 있어 재료의 중요성
건축은 재료와 함께 발전한다. 재료가 없으면 건축도 없다. 현재 많이 쓰이는 건축 구조용 재료로는 철골(강)과 콘크리트가 거의 전부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고층건물화가 재료분야에 시사하는 바는 많다. 고층건물에 있어 구조는 필수다. 현재 고층건물에 주로 쓰이는 구조는 철골구조인데, 이는 철골이 시공상의 이점이 많은데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철골은 비싸고, 불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화피복을 해주긴 하지만, 그 견디는 시간은 2시간 내외이다. 한 번 불이 나면 재생이 힘들다. 게다가, 100층 건물에 불이 난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쓸 것인가? 소방을 위한 내화재료는 고층건물에 있어 필수라 할 수 있다. 미래사회에서 고층건물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로 보편화될 것이며, 그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을 본다. 따라서, 많은 수요를 감당할 더 싼 재료와 더 강한 재료가 필요하게 될 것이며, 서민층을 위한 저가 보급형 고층구조물은 보다 싸게 지어져야만 분양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플라스틱 분야는 아직 구조용재료로 개발이 되지 못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구조용 재료는 많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볍게 만들어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줄일수 있고, 내화성으로 만들어 철골구조처럼 따로 내화피복을 입힐 필요도 없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기존 콘크리트나 철골재료보다는 첨가물에 의해 그 성능을 공사현장에서 따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철골구조의 건식조립법(이미 공장에서 제작된 부재를 현장에서는 조립만 함으로서 뼈대를 세움. 양생기간이 없으므로 시공속도가 빠름)과 콘크리트의 습식타설법(거푸집을 이용해 재료를 부어넣은 뒤 양생할 때까지 기다려 만듦. 거푸집모양만 잘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의 건축물도 구현할 수 있으므로 조형성이 좋음)의 장점을 흉내내어 어떤 때는 조립해서 쓰는 전자의 방법으로 또 다른 때에는 후자의 방법으로 건물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커튼월(일반 오피스 빌딩에서 흔히 보이는 입면처리방법으로 철골조 뼈대위에 유리를 붙여 투명성을 극대화함. 포스코 빌딩이 대표적)처럼 유리를 그 위에 따로 붙일 것이 아니라, 투명한 플라스틱을 구조재료로 씀과 동시에 유리의 마감효과를 내 외장마감을 위해 따로 더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는 건축적 표현의 어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설계부문에 있어서도 크게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그리고, ET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에 있어 재료의 재사용 문제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미래에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따위의 뻔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겠다.)현대 건축재료로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콘크리트는 리사이클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보자면 과거 경제개발계획 시기에 무분별하게 지어진 수많은 아파트들이 재개발 주기인 30년을 채워가고 있다. 그 수많은 아파트들이 헐리고 새로 지어지게 된다면 그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폐자재들이 그냥 버려질텐데 그것들을 어찌할 것인가? 다른 재료도 물론 마찬가지겠지만, 콘크리트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재사용이 가능해진다면,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보아 일종의 혁명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정보사회이론 (나남출판사 1997, F. 웹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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